다수의 남성분들이 만들어내는 소개팅의 대화는 대부분 이렇습니다.
“운동 좋아하세요?”
“네, 필라테스 해요”
“아, 그렇구나. 요즘
영화는 뭐 봤어요?”
“요즘 극장엘 가지 못했네요.”
“아, 그러시구나.”
“...”
“오시느라 힘드셨죠?”
“네.”
“네, 저도 차가 좀 막혀서.”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요?”
“남동생 하나 있어요.”
“..”
“..”
하...보기만 해도 지루한 대화네요. 여자
분이 충분한 신호를 주고 있음에도 캐치하지 못하고 있구요. 이렇게 어색한 침묵이 생겨 버리는 걸, 방송현장에선 ‘마 뜬다’ 라고 표현합니다.
최대한 마가 뜨지 않게 대본을 쓰고, 편집을 하고, 촬영을 하려 하죠.
소개팅도 마찬가지입니다. 마가 뜨지 않는게 가장 좋겠죠.
하지만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얘길 하다보면 어쩔 수 없는 공백이 생기기 마련.
이 어색한
침묵의 공간을 채우기 위해 남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습니다.
1. 뇌섹남 코스프레
지식을 뽐내며 잘난 체 까지 서스럼없이 하는 남자들이 많습니다. 뭐, 잘난체는 본인이 알 수 없는 거니까요. 정치와 스포츠 얘긴 물론이고
남자들만 알수 있는 영광스런 군대의 추억까지.
박격포가 어떠니 을지훈련이 어떠니 하는 얘기들은 여성이
전혀 관심 없는 분야의 지식일 뿐입니다. 그걸 알고 있는 걸 보여준다 해서 매력지수가 상승하는 건 아니에요.
적당한 수준의 상식과 식견을 보여주는 건 괜찮겠지만, 우린 그 적정수준을 알지 못해
늘 난간에 봉착하잖아요? 자신이 없다면 안하는 게 더 나아요.
지식을
지나치게 뽐내는 대화법은 여성으로 하여금 마치 지식의 습득을 강요하는 듯 한 기분을 들게 할 수 있어요. 소개팅을
강의시간으로 만들어 토론이라도 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뇌섹남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은 조금 참아주세요. 차라리 여성의 지식을 칭찬하며 띄워주는 편이 더 낫답니다.
여성분들이
좋아할 만한 연예계 이야기나 화장품 이야기를 해박하게 늘어놓는 건 어떠냐구요? 글쎄요. 이걸 생각해보세요. 여성분이 평소 친구들과 매번 나누는 그런 대화들을
소개팅에서 또 얘기하고 싶을까요?
어느 정도겠죠. 친근함도
좋지만 낯설음 역시 중요하거든요. 여성분들이 공통적으로 얘기 하는 게 있어요. 나보다 화장품이나 연예인 얘길 더 많이 하는 남자에게선 정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이건 우리 남자들이 원피스나 치마를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거 에요. 소개팅은
이성을 만나는 기대를 잔득 품고 나온 자리잖아요.
친구를 만들기 위한 게 아니라.
2. 진지남 코스프레
혹시 소개팅에서 이런 얘길 한 적이 없는지 떠올려 보세요. 나는 가벼운 남자가 아니다. 이 만남이 진지하다. 당신은 참 괜찮은 사람이고 그래서 난 과거의
그 어느 순간 보다 지금 이 시간이 소중하다.
영원한 사랑을 하고 싶어서 소개팅을 했다. 당신은 사랑을 하고 싶냐. 사랑에 대한 가치관이 뭐냐....
이런 것들은 만남의 과정에서 자연스레 인식 돼야 하는 부분이지 억지로 주입해야 하는 게 아닙니다.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어야 하는 곤욕 같겠죠.
심지어 첫 만남에서
부터라니요. 설마 저런 남자들이 있냐구요? 네. 많더라구요. 본인이 재미없는 남자라는 그 여백을 메우기 위해, 재미없는 남자로 찍히는 불상사를 조금이나마 피하기 위해 그러는 것 같습니다.
‘조금 재미없고 썰렁하지만 그래도 진지하고 낭만이 있는 로맨티스트. 혹은
삶을 제대로 살아가느라 위트 같은 센스를 배울 시간을 못 가진 그런 성실한 남자.’ 라는 식의 이미지를 주려 노력하는 거죠.
명심하세요. 소개팅은 다큐가 아닌 예능에 가까워야 한다는 걸. 지나치게 주접을
떨란 얘기가 아닙니다. 재미80에 진지20 정도의 비율이 적당해요.
공백이 생긴다고
해서 아무거나 채우면 안 된단 걸 아셨죠? 여기 빈 그릇 하나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여성분은 그 안에서 재미를 찾으려 할 거에요.
그런데 그릇이 비워
있는 걸 견디지 못해, 뭔가 없어 보이는 것 같은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그저 아무거나 채워 넣으려 하다보면 그 안의 재미를 찾는 일은 더 막막할 게 뻔하겠죠?
그럼, 다음 주엔 성공적인 소개팅을 위해 꼭 알아야할 필살 대화 팁 두 가지를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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