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와 gift의 차이- 받고 싶은 선물, 주고 싶은 선물
연애를 하는데 있어 가장 단순하면서도 심각한 고민, 그건 바로 상대에게 어떤 선물을 해주느냐에 대한 고민이다. 본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내가 주고 싶은 선물보다 상대방이 받고 싶어 하는 선물을 사주는 게 맞다. 물론 그게 뭔지 몰라서 고민할 테지만, 그걸 알아내는 방법은 의외로 심플하다. 선물을 사주는 시즌에만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아니라, 평소에도 좀 더 관심을 가져볼 것. 그리고 그 힌트를 이끌어 내기 위해 좀 더 소통할 것. 이 두가지가 정답이다. 영어에는 선물을 뜻하는 두가지 단어가 있다. present 와 gift다. present는 의미나 목적이 있는 선물이지만 gift는 다르다. 누군가의 생일이나 기념일에 주는 선물을 gift라 하진 않는다. 그것은 백화점 같은 곳에서 나눠주는 상품, 혹은 포인트 등을 의미한다. 그래서 gift카드는 있지만 present카드는 없는 것이다. present가 특별한 기념일에 주는 선물을 뜻하는 이유는, 이 단어의 다른 뜻 중에 현재라는 의미가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주는 선물은, 기왕이면 상대가 현재 가장 필요로 하는 걸 해 주는 게 가장 좋다. 영화를 보며 똑같이 눈물을 잘 흘리는 성격이라 해도 그 장르나 타이밍이 같은 건 아니다. 누군가는 남녀의 사랑에, 또 다른 누군가는 가족 간의 사랑이나 남자들의 우정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사람마다 결핍에서 비롯된 감동의 코드는 다르다. 본인에게만 확신이 선 감동코드를 쉽사리 집어넣었다가, 그것이 상대방에게 들어맞지 않아 울상을 짓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한 여자 후배가 말했다. 언젠가 유리병에 들어 있는 학 천 마리를 받았단다. 그 학 안에는 메시지가 하나하나 쓰여 있었다는데, 그걸 매일 보라는 남자가 너무 짜증났단다. 뭔가 부담도 되고 일단 유리병에 학은 내방의 인테리어 상 두고싶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 남자가 아무리 진심을 다했다고 한들, 그건 여자에게 present가 아니었던 거다. 그저 커피를 사먹으면 쌓이는 gift포인트 정도였을 뿐이다.인터넷에 떠도는 오래전 설문조사를 본 적이 있다. 서울 경기권 여성 2000명 설문결과 빼빼로 데이에 남자친구에게 받고 싶은 아이템 브랜드는 ‘1위. 샤넬(17%) 2위. 루이비통(8%) 3위. 꼼데가르송 (6%) 4위. 마크제이콥스(5%) 5위. 버버리(2%) 6위. 기타브랜드 <멀버리, 디올, 어그, 비비안웨스트우드>’ 라는 결과가 나왔다.
반대로 남자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브랜드는 ‘1위. 폴로 랄프로렌(24%) 2위. 유니클로(22%) 3위. 자라(9%) 4위. H&M(4%) 5위. 아베크롬비(1%) 6위. 기타브랜드<라코스테, 노스페이스, 뉴발란스, 커스텀멜로우, 시리즈, 톰브라운, 톰포드, 폴스미스>’ 라고 했다. 물론 출처와 표본집단이 불분명한 조사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부정하긴 어려운 그런 결과다.각 브랜드마다 고유의 가치가 있고, 설문에 나와 있는 ‘남자에게 선물하고 싶은 브랜드’역시 높은 가격대의 상품이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 결과를 보고 피식하는 이유는 분명 두 결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남자도 여자와 마찬가지로 비싸고 멋진 선물을 좋아할 수는 있다. 직접 짠 목도리나 십자수 선물도 좋지만, 그러한 선물이 메인이 될 땐 어딘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보다 남자들은 브랜드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회에서 말하는 ‘남자답다’라는 이미지는 책임감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그 책임감의 확장으로 인해 비싼 선물을 받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여자의 그것에 비해 크게 작용한다. 예전 여자 친구가 지갑을 사주겠다며 백화점 명품관으로 데려간 적이 있었다. 당연히 나 역시 갖고 싶은 지갑이 많았지만, 다 별로라고 그냥 나가자 이야기 했다. 사준다고 해도 까다롭게 구냐며 그녀는 나에게 화를 냈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 자리에서 ‘나 이게 맘에 들어.’라고 도무지 이야기할 수 없었다. 비싼 선물을 받은 친구를 보며, 남녀가 똑같이 ‘그래서 넌 뭐해줬는데?’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해도 그 속내는 다르다. 남자들 같은 경우엔, ‘그러한 선물을 받았다면 너 역시 그보다 더 좋은걸 해줬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양아치가 아니고 뭐냐. 남자답지 못하게.’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지만 여자는 다르다. ‘너도 그렇게 비싼 선물을 해주고 받은 거야? 그럼 뭐 그렇게 부럽진 않네.’ 라는 완벽히 다른 의미의 말이다.
기왕 정성이 담긴 선물이라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사준 비싼 선물 역시 그의 피와 땀이 들어간 것이라는 것에 의의를 둘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렇게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일을 했을 건데, 그걸 날 위해 쓰다니. 하는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의미가 있는 선물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비싼 선물이 나쁘단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운 감정은, 눈부신 황금이 있다면 더 빛을 발할 확률은 높을 것 같다. 남녀의 정도가 다르다곤 해도, 비싼 선물을 받고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값진 선물이라는 말이 내포한 그 값이, 반드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통용되는 화폐의 가치를 포함하는 게 아니라는 것엔 남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거라 생각한다. 선물의 가치는 감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스스로의 삶 자체가 시급과 연봉으로 환산되는 요즘 시대에, 그러한 현상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현재 갖고 싶은 물건은 평소 본인이 쉽게 살수 없었던 비싼 물건일 확률이 높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의 위시리스트가 반드시 비싼 것이란 생각 역시 위험하다. 은근슬쩍 대화를 통해서 떠보거나, 주위 친구를 활용해 위시리스트를 확실히 확보하자. 주변 친구의 전화번호를 모른다 해도 SNS를 활용하면 그만이다. 선물은 받을 때도 기분이 좋지만 할 때 역시 행복해진다. 사랑하는 상대방이 만족스러워 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직접 그 표정을 확인할 때의 쾌감은 말로 형언할 수없다. 아, 향수나 화장품과 같은 소모성 선물은 특별한 날 보단 평소에 사주는 게 좋다. 그가 좋아하고 내가 맡기에도 좋은 향수를 하나 건네며, ‘이 향을 맡고 싶어서라도 더 자주 보고 싶어.’ 라고 얘기하는 여자친구. 꽤 로맨틱하지 않을까? 반대로 당신을 더 자주만난다는 사실에 기겁하는 남자친구라면, 이 기회에 뻥 차버리면 그만이고.